일상

천도제(170506)

dowori57 2017. 5. 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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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이 귀천하셔 49제 천도제를 매주토요일 지내왔고 오늘이 칠주차에 지내는 종재이다.

오후에 직계자식6명과 그 자식및 손자들이 영흥도에서 일박을 하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 및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단합하는 행사를 갖기로 하여 종재를 오전10시에 시작하였다.

시작도 하기전에 복장문제로 의견차가 있었다. 날이 날이니 만치 격식을 갖춰야한다는 둘째처남의

이야기에 오후 나들이로 인해 간편복장을 입은 나머지 형제들이 머쓱해진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미리 이야기라도 하여 복장을 챙기라든지...

아니 어쩌면 종재보다도 노는것에 더 신경을 써버린 사람들이 문제가 있는것이다.

할수없이 평상복장으로 종재를 지낸다.

 

 

 

종제는 이제까지 지내던 것과는 조금 다르면서 시간도 더많이 소요된다.유족대표로 고인에대한 추억을 써서 읽어가는 막내딸인 도반의 글에 모두가 눈물이 글썽거린다.장가들 무렵만하더라도 현직교장으로 재직하시면서 당신의 관리에 철저하던 분이시고자식들 뒷치닥거리에 정성을 쏟으시던 분이시다.

 

그렇게 정정하시고 위엄을 갖추시던분이 나이가 들면서 세월의 깊이만큼 위엄이 낮춰지고정정함도 수그러들어 사위들과는 수시로 어울려 술한잔을 드시면서 즐거워하셨다.

그러나 한번 왔다가 가는 인생이다.



임종시의 모습은 평생을 지나도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거의 모든 자식과 손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하게 눈을 감으셨고,표현이 이상할런지 모르지만 인생이라는 과정을 힘차게 달려와 마치 종착역에 도착한증기기관차가 엔진을 멎는것처럼 

가쁜호흡이 그 깊이를 서서히 줄이시면서 어느순간 

더이상의 호흡을 내뱉거나 들이키시질 않는것이다.

눈가에 촉촉히 물기를 단채로 하직을 하신것이다.

육십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지켜본 임종의 순간이었다.

 

 

 

 

 

이제 임종후 사십구재의 천도제도 오늘로서 마무리 지었다.한세상 소풍을 오셔 열심히 멋지게 살아오신 장인어른의 영가가 이제 구천을 떠나 천당에서 평안하시길 빌면서 저세상에서도 이승에서 못다한 일을 하시면서 영면하시길 두손모아 합장하며 기도드린다.'한생각 청정하올제, 착없이 길을 떠나오...'

 

 

 


아래의 글은 도반이 천도제 종제를 지내면서 낭독한 글을 실어본다.


 

보고 싶은 아버지께!!

 

항상 계실것만 같았는데... 늘 계실줄만 알았는데...

아버지의 빈자리가 태산이었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습니다.

버팀목으로 든든했던 울타리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이 텅 빈 마음

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아버지, 요즘 이곳은 제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누가 누가 예쁜지 내기라도 하듯 무심하게도 눈길 두는 곳마다 꽃 잔치가 한창입니다.

아버지 계신 곳은 어떠신지요?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셨는데 춥진 않으신지요?

 

 

평생을 한 눈 한번 팔지 않으시고 오직 한 길만을 걸어오신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누가 가는 일을 싫어하시고, 허튼 소리 한 마디 안하시며 매사 빈틈없고 정확하셔서 때론 호랑이 선생님으로 불리기도 하셨지만 6남매 막내인 저에게는 넘치는 사랑 가득 베풀어주신 따뜻하고

정 많으신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기분 좋게 약주 한 잔 하시고 오시는 날에는 막내인 저를 무릎에 앉히시곤

~~ 으악새 슬피우니~~’를 구성지게 부르시며 꼭 안아주셨던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달미에서 서울로 전학와서 좋은 학군이 뭔지도 모르면서 콩나물 시루같은 만원버스에 대롱대롱 매달려 다니던 초등학교시절, 중학교시절...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날에는 버스 정류장까지 마중 나오셔서 가방 들어주셨던 자상하시고 정 많은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죽을 고비를 두 번이나 넘기시고는 칼바람이 불거나 삼복더위가 찾아와도

매일 새벽 4시면 일어나셔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에 갔다 오신 뒤

출근하시며 자기관리에 철두철미하셨던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어렵고 힘든 환경에도 굴하지 않으시고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로 2세 양성에 힘쓰시며 오직 한 길을 걸어오신 아버지

자식들만큼은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박봉인 공무원 월급 받아가며 아끼고 또 아껴 우리 6남매 남 부럽지 않게 건강하게 잘 키워주신

당신은 그런 분이십니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6년이 더 지난 세월을 아버지 뒤를 이어 저도

교직에 몸 담아온 많은 시간들... 흐르는 물처럼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건강하게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음도 모두 아버지 덕분입니다.

 

 

사시는 동안 자식들 조금도 힘들지 않게 하시고 끝없이 베풀어주시며

천상병 시인이 노래햇듯 아름다운 소풍 잘 마치시고 마지막 가시는 날까지 좋은 날 잡아 가신 우리아버지

곧 어버이 날이 다가오네요.

살아계실 때 더 자주 전화 드리고, 더 자주 찾아뵙고, 더 잘해드릴 걸 하는 아쉬움에 목이 메어옵니다.

 

어느 시집의 제목처럼 지금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밀려오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편안하게 가셔서 저희들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아버지의 크신 그늘 밑에서 그동안 편안하게 건강하게 잘 살아왔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우리 엄마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시다가 주무시듯 아버지 곁으로 가실 수 있게 지켜주시고 우리 가족 모두 두루두루 보살펴주세요.

저희 6남매도 아버지 유지 받들어 서로 이해할 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우애있게 화목하게 잘 살겠습니다.

 

 

아버지!

영면하시고 극락왕생하세요. 사랑합니다.

 

20175649제 마지막 제를 올리며

막내딸 올림

 

 

귀천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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