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명절 단상

dowori57 2023. 1. 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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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우리의 명절 설이다.
추석과 더불어 민족 최대의 명절인데, 어디 갈곳도 오란데도 없는 조용한 명절이다.
결혼하여 살면서 36여년간을 명절이면 정체되는 도로를 달려 고향으로 달려갔었다.
아마도 기억컨데, 환갑을 맞이하여 자식들과 같이 해외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오면서
한번 빠진 것 외에는 매년 어김없이 차를 몰고 귀향을 하였다.
귀향길이 평균 7~8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90년초 어떤때는 거의 20시간여가 걸린 적도 있었다.
이제 두분 부모님 다 이세상에 계시지아니하니 명절이라도 특별하게 갈 곳이없다.
형제들도 다 자녀들이 출가하고 가정을 이루고 자식들이 모이니 각자가 자식들과
명절을 보내야한다.
36년간 줄을 지어 찾아가던 귀향행열에서 빠져나와 조용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있다.

예전 어느 철학자가 쓴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젊은 시절 열심히 산을 찾아 오르곤 하였는데, 어느순간 산중턱에 앉아 더 이상 오르지않고있는
자신과 그를 추월하여 열심히 오르고있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이제 중턱에서 쉬는 나이도 되었음을,추월을 당해도 당연한 듯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고...


불과 십여일전에 생일이 있어 아이들이 모였고 설때는 어떻하냐고 묻길래,우리는 제주로 가서
열흘정도 보내고 올테니 찾아 올 필요없이 알아서 쉬라고 했다.
그런데 일주일전 코로나에 걸려 움직일 수가 없으니 처음으로 조용하게 명절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제 격리가 하루 남아있고 내일이 설이자 격리의 마지막날이다.
평소에는 잘 모르거나 못느끼다가 아파보면 아는 사실이 있다.

1. 기적(奇蹟)은 특별한 게 아니다.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내면 그것이 기적(奇蹟)이다.
2. 행운(幸運)도 특별한 게 아니다. 아픈 데 없이 잘 살고 있다면 그것이 행운(幸運)이다.
3. 행복(幸福)도 특별한 게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웃고 지내면 그것이 행복(幸福)이다.
4.아무런 일 없이 눈을 떠 이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를...
5.두 팔, 두 다리 멀쩡하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제 팔과 제 다리에 감사를...

6.좋은 글을 읽을 수 있는 이 두 눈이 있음에 감사를...
 
7.이른 아침 향긋한 모닝커피 한잔을 음미할 수 있는 미각이 있음에 감사를...
 
 
 
우리가 살고있는 하루하루가 하늘에서 특별히 주신 선물이며 고귀한 날들인데 
 
미련한 인간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내일 설도 조용히 보내고 격리가 해제되는 모레 가까운 섬의 야산을 찾아 한나절 걷고와야겠다.

지인들이 보내온 설명절 카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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