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종로에 나갔다가 사 온 한권으로 된 중용,시경,서경을 펼쳐놓고 붓글씨로 베껴쓰기를 시작하였고,
중용을 쓰고 시경에 들어가니 글자가 워낙 촘촘하여 잘 보이지 않으니 확대경으로 보고 쓰기에도 눈이 아파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쓰기 시작해 오늘 시경을 마쳤다.
305편의 시가를 하루 두어편씩 베껴 써 왔는데 그냥 원문을 한번 읽고 한글 해석본을 보고는
단순하게 베껴 쓰는 것인데도, 한번 쓰는데 삼사십여분이 족히 걸린다.
흐릿한 글자를 확대경을 들여다보며 써 왔는데 마치고 나니 어찌 되었던 뿌듯한 마음이다.
내용을 정독하지도 않았고 글씨도 제대로 되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투입하여 써왔는데,
그래도 끝까지 읽고 써봤다는데서 마음속 성취감을 느껴본다.
누가 뭐라고하던 내가 만족하고 좋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는가...
*『시경』은 중국 최초의 시가집이다. 기원전 11세기부터 기원전 6세기까지, 즉 서주 초부터 동주 중엽까지, 약 500여 년 사이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진솔한 삶과 희로애락의 정서를 담고 있다. 이 시가집은 처음에는 ‘시(詩)’ 혹은 ‘시삼백(詩三百)’으로 불리다가, 한나라 때 정식으로 경전(經典)으로 채택되면서 『시경』이라 불리게 되었고, 그 명칭이 오늘날까지 사용되고있다.
공자(孔子)는 이 『시경』을 '사무사(思無邪)', 즉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는 구절로 요약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여, 주요 텍스트 중의 하나로 삼아 제자를 교육하고 지식을 풍부하게 해줌으로써 보다 차원 높은 학문 풍토와 격조 높은 외교화법을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시경』의 시들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개인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이 빚어낸 이야기들이 민요로, 서정시로, 혹은 풍자시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온갖 인간군상의 행태와 감정의 원형들이 다 구비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유가(儒家) 사상이 정치관념으로 교조화되면서, 정치상 혹은 도덕상의 목적을 덧씌워 『시경』을 바라보는, 단일한『시경』해석만이 강요되었다. 이천여 년 간의 편협한 이해는, 현대에 이르러 비로소 시정되어, 이제는『시경』의 본 의미를 그대로 이해할 수 되었고,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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