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돌아가신지 일주년이 되는 날이다.
집안에서 결혼일정이 잡혀 제사는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 처갓집의 관습이라하니 산소를 찾아
간단하게 차려 절을 올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아침에 출발한 남부순환도로는 지체의 연속이다.
집에서 김포공항까지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공항을 지나니 정체가 조금 풀려 정상속도를 낸다.
전날과음으로 숙취가 남아있어 도반이 대신 핸들을 잡고 자유로를 달려 심학산자락에 도착하니
삼십여분 일찍도착하였지만 이미 큰처남의 차는 도착해있다.
묘소로 올라가니 금방왔다면서 쉬고있다.
상을 차리고 준비하고 있으려니 큰동서와 막내처남내외의 차량이 정체가 심해 조금 늦는다고
기다려 달라고 연락이 왔다.
산신을 지내고 한참을 기다리니 그제서야 도착해 같이 절을 올리고 성묘를 마친다.
세월이 무상하다.
배움의 길이 짧았지만 통량도 크시고 사교성도 좋으셔서 여장부셨다.
결혼하고 장모님 덕은 많이도 받았고, 우리애들을 돌보시느라고 그렇게 좋아하던 놀러가는 것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셨다.
결혼전 인사를 갔더니 지방출신인것을 알고 꺼려하셨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미 애를 돌보는 것까지
생각하시고는 그러신것이다.
그나마 노년에 큰병없이 돌아가셨으니 다행이라 생각할 뿐이다.
제사를 마치고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여 두부찌게를 얼큰하게 먹고는 사흘후 장인어른의 제사에 다시
만나기로하고는 헤어진다.
귀가길에 퇴비를 사서 베란다에 흙과 섞어넣고는 며칠전 모아놓은 호박씨앗을 심는다.
새싹이 올라오는 것도,잎이 자라는 것도,열매가 맺는 것도 바라보는 재미가 그만일 것 같다.
그리고는 동네산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