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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추억 하나

주저리주저리

by dowori57 2023. 1. 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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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활터에 올랐다가 습사후 자주 들리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귀가하여

오후에 야산을 걷는다.

 

눈이 수북하게 쌓이고 서산에 해가 떨어지니 금새 어둑해지는 것이 겨울날씨이다.

이런날은 아득한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이야 아마도 전국이 시단위로 행정구역이 통일된것으로 알고있는데,그때는 시,군단위로

구분되어있었고 군부에는 다시 면단위로 세분화 되어있었다.

눈이 쌓이고 추운 겨울날, 큰집에 가려고 동갑인 사촌과 같이 버스를 탔는데 가고자하는 면소재지의

이웃면에 들린 버스는 눈때문에 더이상 운행을 하지 못한다고한다.

시골길에 미끄러운 눈때문에 차량이 운행되지않은 경우는 수시로 있어왔기에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어렸던 나이의 사촌과 같이 서로 의지하며 이십길길이 되는 눈 쌓인 시골길을 걸어

도중에 추운겨울밤에 볼일도 보면서 한밤중에 큰집에 도착한 기억이 새롭다.

그 보다 더 어린시절에도 마찬가지로 이웃면 버스정류장에서 차량이 운행되지않으니 밤길을 걸어 가야하는데

도중에 힘이들어 못가겠다고 버티니 같이간 당시 대학다니던 사촌형이 등에 업어 주어 산길을 편안하게 다녔다.

밤의 산길을 걸으면 건너편 산등성이에 불빛이 번쩍거리며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동행하니 무서워했는데

동행한 어른들은 그것이 도깨비불이라했다.

밤늦게 큰집에 도착하니 큰어머니는 칼국수를 끓여 내놓으셨는데 당시에는 칼국수를 못먹겠다고

버티니 다시 밥을 해서 차려주니 먹은 기억이있다.

전기가 없던 시골에서 나무를 태워 밥을 하던 시절이었는데,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니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인데 큰아버님내외는 물론 사촌형도 이미 이세상에 계시지않은지가 오래 되었다.

한번은 아버지와 동행하였는데 면소재지에서 버스에 내리면 큰집까지는 2~3km길을 걸어가야했다.

막걸리한잔을 하신 아버지께서는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를 부르시고 누렇게 벼가익어가는 하늘거리는

가을길을 걸었었다.

이제 부모님세대는 작년말 작은어머님을 마지막으로 전부 세상을 떠나셨고,사촌형님들도 칠십중반을 넘어

팔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들었으니 세월이 많이도 흘렸다.

이제 그 시골집도 사라지고 아련한 기억만이 남아있는 세월이 되었다.

인간이란 추억이라는 간식을 먹으며 가끔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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