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작이다.
오전을 칩거하며 책과 컴퓨터에 매달리다보니 눈이 아물거려, 조금 덥기는 하지만
지난번 걸었던 내포사색길을 마저 걷기로하고 집을 나선다.
9월이고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은 아직도 덥다.
그나마 그늘아래로 들어가면 '아, 가을이 다가왔구나'하고 느낄수가 있다.
길고도 혹독하였던 더위도 세월앞에서는 한풀이 꺾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사색길은 수암산과 용봉산둘레길을 따라 숲속에 길을 만들고
매트와 데크를 설치하여 걷기에도 수월하고 대부분이 그늘길이라
더욱 편하게 걸을 수가 있다.
예술인마을에서 걸으니 용봉사까지는 그리 멀지가 않아 한시간이
채 되지않아 원점으로 회귀하고 소나무숲아래 맥문동군락을 감상하고는
시간이 이르니, 가까운 청양고추구기자축제를 보러 출발한다.
도착한 축제장은 오늘이 축제의 마지막날이라 거의 파장분위기이다.
일부 부스들은 이미 철수를 하였거나 철수준비 중이고 특별하게 볼 거리는 없는 듯하다.
고추나 구기자등을 구입하려면 좋을런지 모르겠다.
갖가지 종류의 고추와 구기자등을 전시관에서 한번 둘러보고나니 나머지는 먹거리나
아니면 공연들이다.
뙤약볕아래 특별하게 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바로 귀가길에 오른다.
도중에 황토흙길에서 한시간여 걷다가 돌아오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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