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정전

dowori57 2017. 11. 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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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퇴근무렵에 집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파트의 변압기교체공사로 밤9시까지 정전이 된다는 것이다.

정전....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그러면서 아스라히 예전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따스한 느낌도 받는다.



그 이전에는 말할것도 없었겠지만 70년도 무렵에는 무던히도 정전이 많았던 기억이난다.

가끔있던 것이아니라 수시로 행사처럼 발생하던 것이었다.

그만큼 당시의 전력사정이나 송전등의 시설이 낙후되었던 것을 말해준다.

해가지고나면 마당에 모닥불을 피어놓고 백열등아래 툇마루에서 저녁을 먹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면 달빛아래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모닥불옆에서 장난을 치다가 졸리면 잠에 빠져들면 그만이다.

어두컴컴한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여야하는 엄마의 입장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는다.


아주 어린시절에는 남포불을 켰었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석유가 들어있는 남포등 유리갓을

올리고는 심지에 불은 붙였다.

호롱불보다는 훨씬 밝기가 세어서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사기로된 호롱불은 나무대에 거치를 하고는 심지에 묻어 올라오는 석유에 불을 밝히는 것이다.

이제는 장식용으로 가끔 전통시장이나 관광지에서 볼수가 있다.

그을림이 갓등과 천정등에 시커멓게 묻어나오기는 하였지만....

그러다가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하여 전구불이 켜지니 그밝기가 호롱불이나 남포등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고는 수시로 정전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그시절에는 그것이 당연시 되었다.



팔십년대의 안정기를 거치고는 정전이라는 말은 가끔 잊어버릴만하면 생각나게하는 단어로 자릴잡았다.

근래에는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여름철 에어콘,냉장고등의 가동이 급증하면서 용량을 견디지못한

변압기가 터지거나 고장이 나서 정전이 되는 사례가 왕왕발생하였다.

오랫만에 경험해보는 정전.

가끔씩 우리는 곁에있고 고마운 존재들에 대한 감사를 잊고 살아간다.

맑은 공기와 자연,숲,아내,자식,친구...그리고 각종 생활의 도구들....

정전이 가져다준 선물. 항상 옆에 있을 것 같던 아니 있어야만 했던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촛불과 렌턴을 켜고는 운치있게 식사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감기기운으로 말하기가 힘들어

건성으로 대답하였더니 대화를 귀찮아 한다고 사소한 부부싸움이 된다.  정전이 가져다준 또하나의 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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