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옛추억

dowori57 2022. 11. 2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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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인가 방송을 듣다보니 쇠고기에 얽힌 에피소드를 모집한다고해서 오래전 군시절의 일이 기억난다.
입대하여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는 대전에서 후반기교육을 마치고는 마지막날 명령지가 발표되는데,
당시 막강하다는 곳으로 배치명령이 떨어졌다.
교육부대 중대장및 구대장이 축하한다면서 사제담배도 권하고 훈련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은
잊어버리라 사정?겸 부탁을 한다.
대전에서 야간열차(대전발 영시오십분인지는 모르겠다..)를 타고 용산역에 내리니 새벽녘이고
자대에서 인솔자가 나왔는데 바바리코트의 사복차림으로 찦차를 타고 왔으니 상당히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저렇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또 한두명의 동료가 있었던것 같았는데,병력을 인수받고는 인솔자가 '밥먹었냐?'고 묻길래 바싹 군기가 들어
'못 먹었습니다!'라고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야간열차를 타고 새벽에 하차한 일등병이 어떻게 어디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우문이며 형식적으로 묻는 말이었으리라.
그랬더니 '그래,그럼 밥먹으로 가자'라고하며 역전의 고깃집으로 들어가 고기를 주문하길래
입대이후로 짠밥만 먹다가 고기를 실컷먹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제부터 군대생활의 팔자가 확 피었다'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했다.

그런데 식사를 마치고나니 그 기간병이 우리보고 계산하라고 한다.
아니 어찌 이런일이...? 말은 못하고 동기들이 돈을 모아 계산을 하였다.
생각해보면 그 기간병은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그야말로 병력인수에는 도통하였으리라.
신규로 대기병력을 인수하면 당연히 식사를 못하였을 것이고,교육훈련종료시 면회가 허용되니
부모나 가족들이 면회를 왔을 것이고 군생활에 걱정이 되어 용돈을 푸짐?하게 받은것을
경험상이나 짠밥으로 충분히 파악하고는 대기병의 주머니를 노리고 서로 포식하자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을 벌였으리라.

오랜세월이 흘러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일이다.
짠밥에 찌든 입과 목구멍에 오랫만에 고기로 포식하며 맛있게 먹었는데,
그것이 결국 대기병의 주머니돈에서 계산될 것이라는 노련한 고참의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는 웃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어렵고 힘들었던 오래된 군시절의 추억이며, 당시 같이 근무하였던 부대원들은 어디에서 늙어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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