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부모

dowori57 2019. 1.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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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의 부친께서 지난가을 무리하게 집근처의 산을 오르며 운동을 하시다가 허리를 다쳐 운신이 불편하여

모시던 장형의 집에서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여자인 형수가 모시기에는 여러가지로 불편하고 우선 몸이 나아지시면 다시 모시기로 하고는 요양병원으로

모신 것이다.

요양병원의 식사가 부실하여 제대로 식사를 못하시고 누워만 계시다보니 식욕도 없고 제대로 드시질 못하시니

몸은 더욱 여위어져 하는 수 없이 시설이 조금 나은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다.

멀리있다는 핑계로 설명절에 내려가는 길에 뵐까했는데 도저히 그냥 있을수 없어 다녀오기로 했다.

퇴직하여 집에서 놀고있는데 수고하는 장형과 중형,누나와 여동생에 대한 면목도 없기도 하지만

고령으로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르는 부모님 얼굴을 한번 더 뵙는 것이 자식된 도리일것이다.



찾아간 요양병원에서 누워잠든 부친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피골이 상접하시고 짧게 깎은 머리와 너무나도 말라버린 몸에 잘 알아 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모습이 변해버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러한 부친을 찾아뵙는 것을 내일내일로 미루면서 건강만 챙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으니 불효막심이다.

너무 잠만 주무시는 것 같아 깨워서 인사를 드렸더니 반가워하시는 모습이 역역하게 야윈손을 내밀어 잡아주신다.

침대를 올려 일어나게 하였더니 잠시 자세만 유지하시고는 힘이 드신지 다시 침대는 내리란다.

그러다 기운이 없으셔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신다. 어서 집에가서 쉬라고 몇번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런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고 있자니 온갖생각이 나면서 세월의 흐름에 어쩔수 없는 모습이 안타까워진다.



오랜세월을 교직에 종사하시면서 칠남매를 키워내시느나 정작 당신께서는 제대로 하고싶으신것 하나 제대로

 해보시지 못하고 살아오신 삶이 아닌가.

모친도 알츠하이머병인가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 더욱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원으로 모셨는데,그세월이 어언

10년을 넘어서 11년째이다.

오래전 군에서 말년휴가를 나와 놀러를 갈려고 용돈을 좀 달라고 하였더니 군대에서 휴가나와 집에있지

나돌아 다닌다며 이제까지 하고싶은것 하나 못해보고 살아왔다고 하실때는 너무나 죄송하여 괜한 말을 했구나

싶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제 환갑이 지난 나이에 부모님께 무엇을 더 해드릴것이 있으랴마는 더이상 병원과 요양원신세를 지시지말고

건강하게 사시다가 하루이틀 아프시다가 돌아가시면 더없는 위안일것이다.



주무시는 입에 귤을 까서 입안으로 즙을 흘려드리니 그래도 잘 삼키신다.

두어시간 병원에 머물다 하직인사를 하고 나와 친구를 만나 기분도 울적하고 술한잔을 거하게 먹고는 도반이 운전하는 차에 쓸어져 몇잠을 자고는 새벽에 귀가하다.

부모님의 건강을 간절히 바랄뿐이다.

구정에 내려갈땐 건강하고 살이붙은 모습으로 장형의 집에서 뵙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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