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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회

dowori57 2016. 8. 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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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뜨거운 기온아래 헉헉거리며 보내고 있는 시간에 느닷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퇴직후 하루종일 지나도록 한두번 울릴까 말까한 전화소리이다.

재직시 수십통 걸려오던 전화도 퇴직후 시간이 경과하면서 급격히 줄어들고, 몇개월이 경과되니

광고성 전화가 가끔 울릴뿐 실제 걸려오는 전화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전화하기도 그렇고 또 먼저 전화하여 만나자면 전화를 한쪽에서 대접하는 것으로 인식되다보니

경제사정등을 고려하면 쉬이 여기저기 전화하기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특별한일이 있어 만나는 것도 아닌만큼 재미나 흥미위주로 만나는데 생각과 현실의 거리차가 생기면

오히려 만나지 않았으면 좋을 만남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삼십이년전 같이 직장생활을 하던 상사의 전화이다.

당시 같이 근무하던 사람 몇명이 번개팅으로 만나기로 하였는데 시간이 되냐고 의향을 묻는다.

저녁에 수채화교육이 있지만 쉽게 참석하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오랫만에 옛시절 직장동료를 만나는 모임이니 흔쾌히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 시절은 이른바 고도성장의 시절이라 기업의 경기가 좋았다.

그러다보니 회식문화가 엄청나게 발전하여 거의 일주일에 삼사일을 술을 마셔가며 보낸것 같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이 거의 술꾼들이라 한번 마시기 시작하면 일,이차는 물론 삼차까지가면서

새벽녘에야 귀가하여 한두시간을 자거나 아니면 샤워만 하고 바로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출근은 칼같이 하고 출근후 아침을 먹고 일을하다보며 피곤하고 힘이 들면 서열순서로 잠간씩 외출하여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곤했다.

 

그러다 저녁퇴근무렵이면 다시 싱싱하게 원기가 회복되어 어느누군가가 발동을 걸기시작하면

또 한차례 술판을 벌리곤 하였다.

어떤 친구는 신혼여행을 다녀오고는 신고식으로 저녁술을 먹고는 내리 사나흘을 매일 마셔된 적도 있었다.

신입시절에 부서가 바뀌어 새로운 부서로 이동하여 인사를 하니 다른것에 대해서는 묻지않고 주량이 얼마나

되냐고만 묻길래 줄여서 소주한병이라고 이야기 하였더니 알았다고 하고는 퇴근시간이 되자말자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마셔대기 시작하여 3차까지 마셨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 내내 술집을 만근하면서 출근하기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식하게도 마셔댄 시절이었다.

그때만 하여도 상사의 말이면  무조건 복종하던 시절이라 술먹자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아마 요즘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나 분위기라면 꽤나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거니와

어림도 없는 과거 시절의 분위기였다.

 

 

 

 

 

 

회사분위기가 좋다보니 부서마다 어느정도의 예산이 배정이 되어 그것으로 많이 충당을 하였지만 2,3차 비용은

외상으로 달고 마셨는데 월급날이면 술집에서 술값받으러 사무실을 찾아오곤 하였다.

그러면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미결제상태로 또 마시면 외상금액은 원상태를 거의 유지하게 된다.

여튼 그많은 술값은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많이도 마셨고 어찌어찌 해결이 되곤하였다.

 

어느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간단히 한잔하자고 몇명이 어울렸는데 간단히 일차가 끝나고, 그래도 이브이니

일찍 들어가자고 하는데 마침 빵집이 보여 가족들에게 케익이나 하나 사가자고 의견일치가 되어 들어갔다.

상사를 모시고 들어갔으니 예의상 먼저 카운터에 계산을 하고 케익을 고른다음 정산을 하려고

분명 돈을 선지불하였는데 받은적이 없다고 안면을 몰수한다.

적당히 술들이 취한것으로 생각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이다.

분명 들어 오면서 선불로 돈을 맡기고 후정산을 하자고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고 항의를 하니 그런적 없다고 시치미를 뗀다.

 

홧김에 진열대에 놓인 케익 몇개를 손을로 쓰러트리고 항의를 하니까, 술취한 사람이 행패를 부린다고 소리치니

몇명의 종업원이 달려드어 자연 몸싸움이 벌어진다.

밀고 당기는 와중에 몇번의 주먹질도 있었나 보다.

나중에 경찰이 출동하여 파출소로 연행이 되어 조사까지 받았다.

조사중에 보니까 상사분이 입술이 퉁퉁부을정도로 맞은 것을 알고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데 어이하랴.

 

안경파손등에 대한 배상과 사과등 경찰의 합의 종용에도 상사는 진단서를 발급받고 빵집을 상대로 책임을 묻기를

며칠지속하였다.

문제를 발생시킨 장본인은 배제된 상황에서 두분의 상사가 지속 빵집을 상대로 항의를 하였다.

물론 빵집에서는 사과를 하였는데 그것으로 만족치 않아 상사두분이 며칠을 항의하니 매니저가

두손을 들고 빵집을 그만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된것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때의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이젠 모두가 퇴직하여 무위도식하는 백수들이다.

다행히 모두들 건강하여 지금도 몇달에 한번정도는 만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으며

번개팅을 수시로 하면서 한잔술을 기우리고 있으니 다행이다.

번개팅을 무작위로 하지말고 매월 두번째 목요일정기적으로 하는 이목회(二木會)를 하자고

제안하여 즉석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과거처럼 마실수는 없지만 가끔씩 얼굴이나 보면서 술한잔을 기우리며 옛추억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으리라.

백세시대에 모두가 건강하여 이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되도록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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