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벌초

dowori57 2017. 9. 18.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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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상경하였고 서울에 자리잡은 이후 매년 명절을 거의 빠짐없이 귀향하였다.

34여년을 그렇게 보내왔으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대단한 일을 한 것 같다. 지금이야 도로사정이

아주 양호 하지만 80-90년대만 하더라도 귀향,귀성에 각 스므시간여가 걸려 엄청난 행사중의 하나였다.

최장으로 걸린 시간이 스므시간정도였고 거의 열다섯시간정도는 평균이었다.

좁은 국도를 이리저리 우회하면서 한번 정체가되면 몇시간이고 기다려랴하는 명절의 도로풍경이었다.

기억에는 한번도 가지않은 적이 없다.

환갑을 맞아 연초에 자식들이 추석명절휴가기간을 하와이여행을 예약하였다.

삼십오년만에 추석명절에 귀향을 못하게 되었다.


고향에서 혼자 매년 벌초에 고생하는 중형을 도와 줄겸, 추석에 가지못하는 죄스러운 마음을 사전에

벌초겸 다녀오는 것이 마음에 위안이라도 삼을까 싶어 주말을 택해 고향을 향한다.

아침일찍 출발하여고 하였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한시간여를 늦게 출발하였다.

주말이고 벌초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차량의 정체가 심하다.

벌초하기에는 적당한 날씨이다. 남쪽으로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어 하늘에는 구름이 끼어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알맞은 날이다.

한시간여를 늦는 바람에 중형은 봉정사입구에서 만나 국수로 점심을 먹고 가자고하여 몇번 찾았던

국수집에서 속을 채우고는 차량한대로 고향의 산소를 찾는다.


오늘의 벌초는 11기의 묘소중 땅골이라 불리우는 골짜기의 묘소이다.

과수원위쪽의 3기와 산중턱의 5기 옆줄기의 1위등 9위의 묘소를 벌초하기로 한다.

부친께서는 세째로 원래는 제사가 없었으나 자식이 없는 조부의 형제께로 양자로 가는 바람에 제사를

모시게 되었는데, 이골의 산소는 4위이나 집안의 산소가 옆에 있어 간김에 같이 벌초작업을 하기로 한다.

거의 일년간을 방치한 묘소는 잡초와 더불어 칡넝쿨과 잡목들이 우거져 그야말로 봉두난발의 모습이다.

익숙치 않은 제초기사용법을 간단히 교육받고 작업을 시작하나 쉽지가 않다.

칼날의 수평균형을 맞추기가 힘들어 수시로 칼날이 땅을 후려친다.

한시간여 땀을 흘리며 작업을 마치니 왼손은 거의 마비상태이다.

그러나 시원하게 작업된 묘소를 바라보니 흐뭇하기만 하다.

준비한 술과 포를 차리고 절을 올린다.

작업중 휘발류통을 칼날로 치는 바람에 휘발류통이 잘라져 내용물을 절반은 버리고 나머지는 보충하였다.


다시 중턱으로 이동하여 5위의 묘소를 작업한다.

중간에 통닭으로 속을 채우면서 휴식을 취하고 벌초를 마치니 속이 시원하다.

2기의 조상묘소와 큰아버지내외분 작은아버지묘소이다.

어릴적 많이도 뵈었고 인자하셨던 분들인데 이젠 이곳에 모신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인자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더이상 뵐수가 없으니 아쉬울 뿐이다.

술한잔을 올리고 절을 드린다.

저세상에서 평안하시라고...


이미 시간이 다섯시를 지났으나 아직 한위가 남았으니 마져 작업을 하기위해 옆능선으로 이동한다.

도착한 조부의 묘소는 비탈진곳에 그늘방향이고 멧돼지가 묘소를 두군데나 상당히 많이 파놓았다.

보수를 하여야 될 것같아 차량에 내려가 삽을 가져와서 주변의 흙을 퍼 묘소를 수선하였다.

말끔히 벌초를 마치고 수선을 끝내 놓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술한잔을 올리고는 오늘의 벌초작업을 마친다. 여섯시가 지났으니 조금만 있으면 어둠이 내릴것이다.

농장에서 하루밤을 보내기로 한 계획은 늦어 취소를 하고는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근처식당에서 돼지갈비를 안주로 술한잔을 마신다.

집근처로 이동하여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맥주한잔을 나누고는 피곤한 몸을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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