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대설(大雪)유감

dowori57 2017. 1.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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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경보가 내리고  강원도와 서울경기지방에 많은 눈이 내렸다.

근무하는 곳이 공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눈이 내리면 완전 비상이 걸린다.

예전 군대에서 눈이오면 지겹다는 전방근무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왔지만 야전부대에서 근무를 한적이 없으니

그 애로사항을 피부로 느낄수는 없었다.

대설예보에 근무시간이 한시간 앞으로 조정되어 05시에 출근하여야 한다.

전날저녁 피곤하지만 잠자리가 마땅찮은 현지박을 하지않고 집으로 퇴근한다.

저녁먹을곳과 잠자리를 고려하면 왕복 오가는 거리가 무리이긴하지만 일단 퇴근하여 부족한 취침시간이라도

집에서 몇시간이라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낫다.

부족한 수면시간에 03시에 기상하여 눈쌓인 도로를 달린다.

많은 눈이 내려 인천공항고속도는 이른새벽이라 제설이 되지않아 3-4차선도로가 차량이 다닌 한차선을 제외하고는 하얀눈이

소복이 쌓여 어디가 선인지 구분이 되지않는다. 자연히 다른차량이 다닌 길로 뒤따르는 차들이 다닌다.

 

 

출근해보니 공항은 온통 눈세상이다. 수북히 쌓인눈이 부족해 하늘에는 계속 눈이 바람이 휘날리며 대지에 쌓이고

또다른 세상이다. 정적에 쌓인 보딩브릿지를 포함한 공항전체에는 내리는 눈발속에 고요에 묻혀있는 낮시간대의

항공기소음과  각종 조업장비들로 붐비던 곳과는 완전 다른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활주로를 정리한 제설팀이 출동하여 브리지를 빠른속도로 제설을 시작한다.

웅장한 장비가 서너대가 한팀이 되어 몇바퀴를 순회하면 깨끗하게 제설이 되어진다.

더불어 우리의 장비도 체인을 채우고 조업준비를 한다.

활주로와 주기장이 우선으로 제설이 되고 GSE도로등은 그후차이다.

 

 

 

멀리 리모트 주기장은 온통눈으로 덮힌 광장이다. 제설장비가 미쳐 손을 대지못한 주기장은 바람까지 불며 기온이

떨어지니 그야말로 시베리아벌판같은 느낌이다.

평지인데도 바람이 거세게 불어 마치 높은산에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려 층을 이루듯 골과산의 굴곡을 이룬다.

새벽시간이 지나고 오전내 눈이 내리며 흐리던 하늘이 오후가 들어서야 개인다.

부분적으로햇볕을 받아 일부의 눈은 내려 질척거리고 착륙한 항공기들이 주기장이 꽉차버리거나 눈이와서 주기장

접현이 곤란하여 꼬리를 물고 줄지어 서서 대기중이다.

나중에 방송을 들으니 삼백편이상이 지연운항이나 결항이 되었다고 한다.

그정도이니 현장상황은 말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토잉중 한자리에 머문 항공기는 30-40분은 기본으로 대기하여야

하고 한대의 항공기 토잉에 평소20-30분 걸리던 시간이 기본 한시간이상, 두시간 이상도 걸린다.

그러다보면 평소에도 한끼식사를 놓치기가 일수인데 상황은 더욱 심하여진다.

 

 

오전이 지나서야 여객동과 탑승동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리모트주기장도 제설이 시작되어 어느정도 모습을

갖춰가지만 기온이 떨어지면서 일부 녹은눈과 쌓인눈이 얼어 빙판이 되어간다.

근무자들의 심신이 지쳐간다.

삼십삼년간을 화이트근로자로 생활하다가 정년퇴직후 현장직이라는 불루칼라 일을 시작한지가 백일이 넘어간다.

업무의 특성상 4교대근무로  06시출근하는 근무가 많고 근로법상은 16시에 퇴근하여야하나 연장근무로 들어가면

 19-20시가 넘어야 퇴근이 가능하다.

인천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출퇴근이 각두시간정도가 걸리니 실제 하루 집에있는 시간은 6-7시간정도에

불과하니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나이들어 일할 수 있다는 여건에 대리로 만족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불루칼라의 현실을 실제 체험하고 애로사항을 같이 느끼고 분노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약자의 입장을 약용하는 갑의 입장에도 울분을 느끼며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좀더 나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도 병행할것이다.

물론 장점도 있다. 그외부분에 특별한 스트레스가 없고,근무오프일때가 한달에 삼분의 일이되며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지속하여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일을 하면서야간에,새벽에,모두가 잠든 한밤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시간의 중요함을 새삼 깨달은 것등이다.

 

시간이 지나 하루해가 서산에 걸려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고 있다.

모든일은 장단점이 있는 법.

피곤한 몸을 한잔술을 마시고  다음근무를 위해 잠속으로 빠져든다.

근로자들이 술로 피로를 푸는 이유를 알것 같다.

중국 당나라때 운문스님의 '年年是好年 日日是好日'(해마다 좋은해요,날마다 좋은날)이라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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