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승과 저승

dowori57 2015. 11. 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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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의 결혼을 앞두고 사돈네와 상견례를 한것이 2011년 가을이었다.

두사람이 사귀다가 여름끝 무렵에 사위될 친구가 인사를 와서 얼떨결에 같이 식사를 하였고 곧이어 상견례를 하면서

사돈네가 바로 날자를 잡자고 하여 당황한 적이 있었다.

이듬해 연초에 결혼식을 하였고 사돈어른과는 서너달에 한번정도 만나서 식사와 함께 반주를 하며 어울렸다.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을 한 사돈어른은 호방한 성격에 술을 좋아하였으며, 중국에서 근무하며 중국어를 익혀

퇴직후 중국기업의 콜을 받아 중국 청도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격무에 시달리며 혈관에 문제가 있어 퇴직의사를 밝히니 중국기업에서 한국지사를 만들면서 맡아달라고 해서

지사를 설립하고 건강을 챙기며 근무하였다.

 

만나서 식사때마다 반주를 즐겨하였고 안사돈은 술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하였으나 통상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지나왔다.

연말에 연락이 와서 식사를 하자기에 연말이 바빠 차일피일 미루다가 연초에 다시 연락이 와서 식사를 하였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주문하고 안사돈이 술마시는것을 좋아하지 않는것을 알고있지만 가만히 있었더니

'사돈어른, 한잔해야지요?'하시기에 '조금만 하시자고 하여 소주를 2병 먹으며 사돈어른께 반병정도만 드리고

나머지는 필자가 마셨다.

식사후 즐거운 만남이었다고 아쉽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은 집사람의 생일이 가까워 처남과 처형들과 같이 영종도 호룡곡산을 산행하고 집근처의 곱창집에서

생일축하겸 회식을 하고 있는데 사돈어른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와 저녁후 잘 주무시고 익일 일어나 아침을 들고 점심전에 메쓰껍고 컨디션이 좋지않다고 하여 119를

불러 여의도 **병원을 갔더니 CT등 진료후 치료가 불가하다고 강남***으로 후송조치하였는데,

촬영결과를 앰블런스에 같이 보내지않아 그것을 받는데 한참의 시간이 경과 되었단다.

뇌출혈인것 같았는데...***병원에서는 수술하면 완쾌가 가능하다고 하여 수술이 진행되었고,

파열된 부위를 수술하면 다른부위가 파열되고....월요일 자정무렵에 위독하시다고 연락이 와서 중환자실을

들렸더니 호흡만 가파르게 쉬실 뿐 의식불명이다.

 병원에서는 이미 포기상태이었고 '이럴줄 알았다면 수술을 하지 말것을..,몸이라도 온전하게 보내 드릴 것을..'라고

울부짓는 안사돈을 처다보기가 너무 어려웠다.

몹시도 애처로이 안사돈과 사위와 사위동생이 안타깝지만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새벽까지 지켜보다 출근을 하였는데 이틀후 세상을 뜨셨다.

쓰러지시기전날 술을 드셔서 그런가 싶어 많이 자책도 하고 후회하였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활달하고 많은 능력을 가진 분이셨는데 손자,손녀들 얼굴도 보시지 못하고 환갑을 갓 지나 돌아가신 것이다.

살아 계셨다면 좀더 자주 만나서 어울리고 했을 것이다.

돌아가시고 난 후 한번도 묘지를 찾아보지 않아 죄스러운 마음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2주전 계획이 되었으나 비로 연기하고 이번에 찾아 본 것이다.

묘원은 엄청난 숫자의 묘가 즐비하게 늘어서 그 규모에 놀랐다. 아마 수천기는 충분히 되리라.

묘역내부에서도 차량을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다.

준비한 제물을 차리고 절을 드렸다. 너무 늦게 찾아뵈어 죄송스럽다고..

손녀도 절을 드리고..술을 한잔 올렸다. 그리고 살아있는 자도 한잔...

사돈은 형님이 세상을 뜨고 3주후 같은 길을 가셨다.

그래서 묘지도 바로 옆자리에 모시게 되어 옆자리에도 한잔술을 올렸다.

결혼식에서 술한잔을 권해주시던 분이었는데...

 

 

 

가신분들은 말이없고

산자는 오늘도 이렇게 살아간다.

얼마전 글이 또 생각난다.

 

"오늘 오늘을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세요....

내일은 아무도 모르거든요.. 오늘만 죽을힘을 다해 행복해지세요"

 

그래, 그분들의 몫까지 열심히,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야하는것이 남은 사람의 의무이다.(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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