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김장

dowori57 2015. 11. 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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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옛날부터 겨울철을 맞이하는 집안의 큰행사중 하나였다.

어릴적엔 밭에서 뽑아온 배추와 무우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마당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붙여

물을 끓이며, 배추를 다듬고 무우를 썰고 등등 온집안이 흥청거렸다.

무우나 배추를 직접 밭에서 뽑을 경우는 며칠이 걸리기도 하였다. 농사를 직접하지는 않았지만

사택에 딸린 터밭이 규모가 있어 무우나 배추는 김장용으로 충분히 수확이 되었다.

그때는 무우를 뽑아 잎사귀를 잘라내고 머리부분을 잘라 먹으면 시원하니 맛이 있었다.

배추뿌리도 잘라서 깍아 먹으면 달콤하니 훌륭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날씨가 추워 얼음이 살짝 어는 정도의 기온에서 김장담그기가 진행되었다.

한편에서는 물을 길어와 배추와 김장을 씻고 잘라서 소금물에 절였고, 김장속을 만드느라고 바빴으며

또 음식을 준비하고 또다른 한편에서는 고기를 끓이고 정리한다고 시끄러웠으며, 그날따라 마당의 개도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여자들을 성가시게 하였던것 같다.

그 모든것이 대가족이었으니 가능한 것이리라.

한겨울의 추위는 대단하여 여닫이 한옥의 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붙였던 기억도 새롭다.

그러한 전경이 아득한 기억속의 하나의 편린으로 사라지고 없는 현실이다.

 

 

 

 

 

 

결혼후 지금까지 김장을 해보지를 않았다. 큰일을 벌이기를 두려워하는 집사람 덕?에  지금까지 김장을

처가집에서 공수하여 먹는다.

물론 김장담글때는 부부가 참석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재료비의 일부를 부담하여 우리 몫을 가져오는것이다.

어떻게 보면 편리하고 좋지만, 때론 우리집에서 직접 담그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해 본다.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건강하시고 따로 생활하실때는 형제들이 주말이면 들려 놀곤했으니 더욱 그러하였지만,

두분이 연로하여 구십중반을 넘기시고 둘째처남과 합거하여, 처남댁의 신세지기도 그렇다.

물론 처남과 처남댁은 흔쾌히 지원하여 주지만,다른 형제들의 이목도 그리 곱지는 않은것 같아 조금은 불편하다.

 

사위를 보고 외손녀까지 보았으니 우리가 김장을 하여 보급해야 할 처지이지만 와이프가 결심하기 전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직접 하자고 이야기하니 내년부터...라고 한지가 몇년되었는데 이젠 퇴직후부터라고 이야기 한다.

물론 여럿이 모여 같이 큰일을 하니 좋기는 하다.

 

아파트 거실에 비닐을 넓게 깔고는 그위에 각종재료와 양념을 쏟아놓고 버무려 김장속을 만든다.

그리고 주위에 여러명이 둘러 앉아 속을 채우면서 김장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명이 같이 하니 신속하고 빨리 끝나는 장점은 있다. 재료를 준비하는것이 일이기는 하지만

버무르고 속을 채우는 것은 두어시간이면 끝낼 수 있으니 협업이 좋기는 하다.

 

그렇지만 각자가 아들,딸이 있고 그들이 분가하여 그 몫까지하여야하니 언제까지 이렇게 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까지는 장인,장모님이 살아계시니 가능한 일이고 그분들이 계시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싶다.

 

 

 

 

 

 

시끌법적한 김장문화도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단촐하게 소량으로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나보다.

이젠 절인 배추를 어디서나 쉽게 살 수가 있고 인터넷주문도 가능하다.

예전 너른 마당에서 북적되는 김장날이 그립고, 돼지머리에 막걸리한잔과  모친께서 해주시던 배추국이 그리운 김장철이다.

옛일은 추억으로 남아 사라지는가 보다(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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