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형제

dowori57 2018. 4. 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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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부친의 생신때는 형제들이 모두모여 외지로 나들이를 한다.

꽃피고 새잎나는 4월의 계절이라 날씨도 좋거니와 모시고 있는 형님집에 모여 북적이는 것도 그렇고 해서

물좋고 산좋은 휴양림을 위주로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부친의 생신을 핑계로 돌아다니면서 구경도하고

생신도 차려드리면서 일거다득의 일정을 보내곤한다.

그렇게 시작한것이 기억하건데, 십여년의 세월이 되어가는 것 같다.



금년이 부친의 94세 생신이다. 고령의 연세이지만 아직은 건강하시니 자식들과 어울려 산천을 여행하실수가

있어 좋다. 올해는 일찌감치 변산의 휴양림을 예약하고 준비를 하는데 불과 며칠전 누나가 전화를 해서는

일정을 변경하자고 해서 왜그러느냐고 했더니 유방암으로 확진되고 전날 서울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내려가서 다시 변산으로 이동하려니 힘이 든다고 청천벼락같은 이야기를 한다.

얼떨결에 취소를 하고 고향근처에서 만나는 것으로 하고는 여기저기 숙소를 알아보고 중형의 농장으로 할까

하다가 비가온다는 예보와 잠자리등 시설이 불편하여 근처의 계명산휴양림을 간신히 예약하여 놓았다.

시간이 조금 경과되어 안정을 찾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어진다. 예전같으면 죽을병으로 인식되곤하였는데

요즘은 의술이 좋으니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수술과 그후의 치료등을 감안하면 당사자의 마음이야 오즉하겠는가..모두가 모였을때는 연로하신 부친과 막내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하고는 그대로 일정을 진행하였다.



토요일 아침.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제주에서 올라온 여동생을 픽업하여 정체되는 올림픽도로를 달리고 경부,

영동을 통과하여 중부내륙도로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모두 식당으로 집결하여 감자탕으로 점심을 먹고 시장을 본다음 계명산산림욕장으로 향한다.

삼년전 이곳에서 모두가 같이 하루를 묵은적이 있는 한적한 곳이다.

맑고 깨끗한 곳에서 하루를 자연과 함께 보내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내리는 빗속에 조금 자연을 즐기면서 풍경을 구경하니 이미 저녁시간이 되어간다.

각자가 준비한 음식으로 푸짐하게 저녁상을 차려 맛있게 먹고는 다시 케익을 자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잠자리가 부족하니 평소 바라고 두어번 경험하였으니 SUV차량에서 매트를 깔고 슬리핑백으로 잠을 자기로 한다.

한잔술을 먹었으나 쉬이 잠이오질 않고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으나 산속의 사월밤은 추워서 몇번씩 잠을

깨어 아침에 일어나니 지쁘듯한 몸상태이다.

형제들은 비좁기는 하지만 들어와서 자지 그랬냐고 걱정을 한다.

식전에 등산로를 따라 계명산을 오른다. 경사지를 이십여분 오르니 능선길.

정상부근은 소나무가 우거지고 임도가 조성된 흙길이 걷기에 무척이나 좋다.

임도를 따라 이십여분을 걷다가 시간이 늦을것 같아 중간에 산막길로 내려선다.

하산하니 마침 식사준비를 마쳐 아침을 거하게 먹고는 정리후 비도 그쳤으니 산책길로 나선다.

연로하신 부친을 모시고 주변을 조금 오르다가 내려오고 나머지 형제들은 두어시간 산행을 하고 내려온다.



준비한 음식이 많으니 점심까지 먹기로 양해를 받고는 쭈꾸미에 밥을 비벼 각종 전부침과 떡으로 속을 채운다.

그 많던 음식들은 어떻던 거의 먹어 치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모일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지속하기로 하고는 다음 모임을 6월 중형의 농장에서 유월초에

갖기로 한다.

구순의 부모와 칠십을 향하는 형제들이 모두 건강하고 무탈하게 서로 우의있게 지내는 것도 행복이다.

부디 누나가 잘 극복하여 다시 건강한 생활을 하기를 바라며

다음 만남을 기약하면서 서로의 길로 헤어진다.

비오는 사월. 한적한 산림속에서 재미있게 보낸 하루의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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