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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처갓집(141222)

dowori57 2015. 1. 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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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지생활을 해선지 조금 일찍 결혼한 것 같지만 당시 결혼 적령기가 27~31세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빠르지는 않은 결혼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적기에 결혼한 것이고 이제 자식들이 장성하여
 자기가 갈 길을 가고 있으니 어느정도는 홀가분하고 어깨가 가벼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처갓집은 원래 경기도 안산이었으나 오래전에 서울로 자릴잡아 영등포에 있었다. 장인어른은 교직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셨고 결혼당시는 국민학교 교장으로 재직중이셨고 주부이신 장모님과 사이에 삼남삼녀를 슬하에 두셨는데 교원인 큰처남, 안산에서 농사를 짓는 둘째처남, 공무원인 막내처남이 있었고,
공무원인 큰동서와 사업을 하는 둘째 동서가 줄줄이 있는 집에 막내사위로 들어갔다.
 
결혼후 조금 시간이 지나 거리가 가까워지자 처남동서들은 주말이면 처갓집에 모여 술한잔 걸치고
건너방에 모여 고스톱삼매경에 몰입하였다. 그때만 해도 큰동서를 제외하고는 거의 담배를 피웠고
화투판엔 담배연기가 자욱하지 않을때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휴식이 필요하면 술상을 봐달래서
소주두어병을 비우고 다시 몰입하곤 하였다. 날밤을 세우는것은 다반사요 토요일 저녁에 시작한 화투판이 일요일 저녁이 되어야 마무리 되었다.
 
필자는 실력이 그렇게 좋지않아 판판이 얻어 터지곤 하였는데 가족끼리 치는 화투인데 한번모여  오만원,십만원씩 잃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성질나게 마련이다. 가족끼리 술먹은 셈 치자고 위안하지만
씁쓰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한 세월이 십여년을 흘러 어느정도 내공이 쌓여 그간 잃은돈을
만회할 기회가 생긴때부터는 딴돈을 돌려주는 풍토가 생겨 회수할 기회가 없어지고, 또한 화투판도
만나기만 하면 허리끈을 끌고 판을 벌리던 둘째동서가 이혼으로 헤어지고나니 주동자가 없어 시들해지고 말았다.
 
손위의 동서와는 죽이 잘 맞아 가까이서 살면서 많이 놀러다니고 지겨울 정도로 술을 마셨다.
여름휴가때 고향인 대구본가를 가면 그 다음날 바로 전화를 걸어 놀자고 한다.한번은 경북 청송에서 만나기로 하고 필자는 포항에서 동서는 서울에서 출발하였는데 차가 워낙이나 막히고,  당시만 해도 휴대폰이 막 나오던 시기이고 외딴곳은 통화권이탈로 불통지역이 많아 통화도 못하고 예정시간보다 늦게
만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꽝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동서의 주차된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꾸미고 수습하고 나오니 동서왈'아니어도 주머니에 있던 돈을 분실하여 주머니가
비었는데 수리보상금을 받아 잘되었다'고 해서 그돈으로 무주 구천동으로 들어가 텐트를 치고 놀다가
전국을 반을 돌아 귀가한 적도 있었다.
 
동서는 틈만나면 강원도를 찾아서 자주 갔지만 처형과의 사이가 좋지않을 때도 같이 자주가서 동해바다와 경포호수를 보면서 한잔하고 때론 눈물도 흘리면서 머울다가 돌아오곤 했다.
이혼시점에는 일차를 한잔하고는 퇴근후 피곤하여  밤 10시~11시쯤 잘려고 할때 전화를 걸어 한잔하자고 하여 싫다면 바로 집에 쳐들어 온다. 사정도 몰라주냐며 신세타령을 하곤하였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누구도 말리지 못한다고 어찌할 도리가 없이 이혼하고 말았다.
 
우리 큰애는 장모님이 키웠고 둘째는 큰처형과 처가친척이 키웠으니 거의 처가덕에 키운 셈이다.
애들 어릴적엔 틈만나면 차에 태워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 다녔다. 장인장모를 모시고 돌아다닐 때도
많았고 추억도 많다.그때만 해도 차량정체가 심하지않아 돌아 다닐만 했다. 처가식구들과 화양계곡에
피서를 가서 멍멍이로 2박3일을 보낸적도 있고 한여름인데도 새벽녘엔 추워서 혼난 기억도 있다.
언젠가는 강원도 천진을 놀러가서 신나게 지내고 온 기억도 있다. 그때 먹은 따끈한 문어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젠 세월이  흘러 장인,장모님도 아흔셋,아흔을 넘기셨고  처남,동서가 모두 칠십과 육십을 지나 자식을 모두 출가시키고 필자만 둘째가 미혼으로 남아있다. 언젠가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각자 자기집에서
식구들과 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지금 우리자식의 모습에서 예전 우리의 모습을 찾아본다.
그래서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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